결국 약이 늘었다.

용량도 늘고 추가도 되었다. 하긴 잠을 그렇게 못 자니 당연한 결과인 것 같기도 하다.

아기와 보낸 8개월.

난 집에만 있는데 어째이리 꼬질한지...

얼굴은 트러블에 거칠거칠. 손은 굵어졌고 메말라서 퍼석퍼석하고 손끝은 갈라져 세로주름이 생겨있다. 가끔 아프기까지 한다. 손가락 마디도 터져서 갈라졌다. 내가 뭐 그리 험한일을 한다고...

한겨울에 냇가에서 빨래하는 아낙네도 아닌데 어처구니가 없다.

발도 다 갈라져서 일어나 있어 이불속에 들어가면 쓱쓱 소리가 난다. 이 상태로 스타킹을 신으면 신는 도중에 올이 다 나갈 것만 같다.

골반은 삐그덕 대고 덕분에 허리가 좀 아프다. 그리고 가끔 고질적으로 갖고있던 목 통증 때문에 두통이 온다.

온몸에 근육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그 근육들이 다 빠져서 지방으로 변화해 아랫배로 집합했다. 세상에... 배가 이렇게나 나오다니... 애가 또 생긴건가?

밖에 나가고 싶지만 피곤해서 나가고싶지 않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

드라마를 보다가 문득 데이트가 하고싶어졌다. 나도 머리풀고 예쁘게 화장하고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또각또각 소리나는 구두를 신고 남편과 팔짱끼고 영화도 보고 카페도 가고 맛집도 찾아가고 길을 걷고싶었다.

원하는게 생겼는데 못하게 되니 조금 슬퍼졌다. 이 감정이 지속되면 우울증이 되겠구나 싶다.

나의 시간은 집안에만 머물러서 나 혼자 멈춰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회사에 가면 다시 잘 적응하고 다닐 수 있을까... 회사에 내 자리가 있긴 할까... 이런 생각이 자꾸 나를 잠식해 가고 있다.

물론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도 좋다. 엄마니까. 아이가 너무 예쁘니까.

하지만 아이로 채울 수 없는것도 있는법.

지난 시간동안 아기를 돌보다 보니 나를 돌보지 못했다. 점점 지쳐가는 듯 하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코로나까지.. 3월에 가려고 예약해둔 세부 여행은 취소되었다. 예약하면서 꽤나 설레였는데... 그걸 희망으로 삼고 나름 버틴다면 버텼는데 그것 마저 사라졌다.

그나마 국제적으로 난리가 난 상황이라 호텔비를 모두 돌려받았다는게 다행이라면 다행.

누군가가 나 좀 돌봐줬으면...

싶지만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 나라도 나를 돌봐야 겠다.

더이상 이 상태로 있어선 안되겠다. 뭐라도 하자. 뭐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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