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오늘 나는 결혼이란 것을 했다.

새벽부터 강남 미용실에 가서 머리와 메이크업을 했고 머리가 빠져 여기저기 듬성듬성한 머리를 보고도 아무 말 없이 모른척 지나가준 헤어디자이너분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긴 시간 꾸미고 나니 웨딩 촬영 하던 날처럼 참 예뻤다.

워낙 평범하게 세상에 나왔고 어릴땐 오히려 동생과 비교되어 못생겼단 말을 더 많이 들었던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진심이든 빈말이든 예쁘다는 말을 그렇게 많이 들어보긴 처음이었다.

예식이 끝나고 나니 너무 지쳐서 뭐하나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오전엔 비가 와서 걱정을 했었지만 그래도 식이 다가올 수록 비가 그쳐서 너무 다행이었다.

그렇게 식이 끝나고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일상을 살다보니 어느새 2년이 되었다.

 

우리는 연애기간은 짧지 않았지만 서로 사는 곳이 멀어 일주일에 단 1번 보는게 다였다.

나는 깊이 친해지는데 시간이 걸리는데다 왠만큼 친해지지 않고서는 애교라곤 1도 없고 전화통화도 잘 하는 성격이 못된다.

전화는 용건만 간단히. ㅎㅎ 전화는 지금도 잘 못한다.

그런 우리가 결혼을 했으니 처음엔 여러모로 조심스러웠다.

결혼 할 때만 해도 우린... 다른 연애하는 사람들만큼 활활 타오르는것도 서로 아주 잘 아는 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도 2년의 시간을 함께 보내고 겪으면서 이제는 아주 많이 친해졌다.

누가 물으면 우린 서로 그렇게 얘기한다. 연애할 때보다 결혼 하고서가 더 좋다고...

 

워낙 현실적인 성격이라 첫눈에 반하는건 없다고 믿어왔다. 그저 첫인상이 아주 좋은 것일뿐이라고...

그래도 결혼은 아주 사랑하는 사람이랑 정말 사랑할 때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살아보니 결혼해서 점점 더 친해지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서로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 해 나가는 것이 재미있고 반갑고 고맙다.

연애할 땐 그렇게 좋아하다가 결혼하고서 매인몸이라고 아쉬워하는 모습보다 훨씬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서로 참는 부분도 있지만 아직까지 크게 싸운일 없이 지내온 것도 참 기특하다.

 

1주년에는 시간내서 두물머리도 다녀오고 비싼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도 먹었지만 올해는 시간내기가 좀 애매해서 집근처음식점에서 조촐하게(?) 밥을 먹었다.

맥주도 시켰는데 둘다 술은 잘 못하는지라 얼굴 시뻘개져서는.. 둘 다 조금씩 남기고 왔다. ㅋㅋㅋ

맥주 맛있었는데... 아쉽다.

술기운이 올라있는 상태에서 밤길을 둘이 손잡고 걸어오는데 그게 참 좋았다. 행복이란 이런거지 싶다.

난 남편이랑 손잡고 걸을때가 참 좋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부부가 손잡고 걷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그게 참 아쉽다.

나중에 세월이 흘러 젊음이란 것이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더라도 나는 남편과 손을 잡고 걷고싶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첫번째인 채로 늙어갔으면 좋겠다.

쑥스럽고 어색해서 사랑한다는 말은 잘 안해도 언제나 당연하게 손을 잡고 걸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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